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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프랑스 건축 비교 (고딕,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by 어플라이 인포 2025. 7. 6.

유럽의 대표적인 두 나라,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오랜 세월 동안 각각 독자적인 건축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특히 고딕, 르네상스, 신고전주의 양식은 두 나라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해석과 적용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본문에서는 이 세 가지 양식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건축적 차이를 비교해보며 각 나라의 건축 문화적 정체성을 탐색합니다.

 

 

고딕 건축 – 수직성과 장식의 해석 차이

고딕 건축은 12세기 중반부터 유럽 전역에 퍼진 양식으로, 하늘을 향한 수직적인 구조와 뾰족 아치, 스테인드글라스, 플라잉 버트레스 등의 요소가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고딕 양식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발전시켰습니다. 프랑스는 고딕 양식의 본고장으로 평가받으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샤르트르 대성당, 아미앵 대성당 등이 그 대표작입니다.

 

이들 건축물은 극단적인 수직성, 정교한 조각 장식, 대규모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중세 가톨릭 교회의 권위와 신비로움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플라잉 버트레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외벽을 얇게 만들고 창문 면적을 극대화했습니다. 반면, 이탈리아의 고딕 건축은 프랑스에 비해 덜 극단적이며, 수평성과 균형미를 더 중시했습니다.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나 시에나 대성당은 고딕의 기본 구조를 따르되, 외장에 대리석을 활용하고, 로마식 아치나 고전주의 요소가 섞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보다 프레스코화나 모자이크 장식을 많이 사용한 점도 차별점입니다. 이처럼 프랑스의 고딕은 하늘을 향한 열망과 장식미에 집중했다면, 이탈리아는 고딕 속에서도 고전미와 지역성을 강조하며 더 절제된 해석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르네상스 건축 – 본고장 이탈리아 vs 수용자 프랑스

르네상스 건축은 15세기 피렌체에서 시작되어 인간 중심의 철학과 고전 건축의 부활을 이끈 양식입니다.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건축의 발상지이자 중심지로, 브루넬레스키, 알베르티, 미켈란젤로, 팔라디오 등 수많은 거장들이 활동하며 건축사를 새롭게 썼습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은 대칭, 비례, 기하학을 중시하며, 고대 로마의 오더(order), 돔, 원형 홀 등의 요소를 재현했습니다.

 

피렌체 대성당의 돔, 산 로렌초 성당, 라 로톤다 빌라 등은 고전적 조화와 구조적 실험이 결합된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반면 프랑스는 16세기 이후 르네상스 양식을 수입하며 자국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초기에는 고딕과 르네상스가 혼합된 과도기적 양식이 존재했으며, 이후 루아르 계곡의 슈농소 성, 퐁텐블로 궁전 등에서 순수 르네상스 양식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식 르네상스는 이탈리아보다 더 장식적이며, 대형 정원과 조각, 회화와의 통합이 특징입니다. 결국 르네상스 건축은 이탈리아에서는 '근원'으로, 프랑스에서는 '응용과 발전'의 대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양국 모두 고전주의적 질서를 존중했지만, 이탈리아는 건축 그 자체의 순수미를, 프랑스는 전체 공간 구성의 화려함을 더 강조했습니다.

신고전주의 – 정치적 상징성과 공간미의 차이

18세기 말부터 등장한 신고전주의 건축은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건축 원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양식으로, 당시 유럽 각국에서 정치적, 문화적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었습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역시 각각의 맥락에서 이 양식을 수용하고 변형했습니다. 프랑스는 혁명 이후 공화주의와 계몽사상의 상징으로 신고전주의를 적극 채택했습니다.

 

팡테옹, 샤이오 궁, 콩코르드 광장 주변 건물들이 대표적 사례이며, 대칭 구조와 코린트식 기둥, 삼각 페디먼트 등을 통해 질서와 이성의 미학을 시각화했습니다. 이 시기의 프랑스 건축은 국가 권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강했습니다. 반면, 이탈리아는 비교적 점진적으로 신고전주의를 수용했으며, 고대 유산과의 직접적 연관성 속에서 보다 내재적인 방식으로 양식을 흡수했습니다.

 

로마의 알타레 델라 파트리아(국민통일기념관)는 대표적 예로, 고전주의 조형 요소와 역사적 상징성이 조화를 이루며 도시 경관에 깊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신고전주의는 미적 절제와 문화적 연속성에 기반을 두었고, 프랑스는 정치적 이념과 국가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두 나라는 같은 양식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며, 건축을 통해 각자의 역사와 철학을 표현했습니다.

 

 

고딕, 르네상스, 신고전주의라는 세 가지 건축 양식을 통해 본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비교는 단순한 양식의 차이를 넘어, 각국의 역사, 문화, 철학이 어떻게 건축에 투영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유럽 건축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처럼 동일한 양식 안에서도 지역적 차이를 탐구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유럽 여행에서는 같은 건축 양식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담아보는 경험을 추천드립니다.